소설 썸네일형 리스트형 [1호]오백원 왼손에 전화기. 오른손에는 종이 조각. 한참동안 바라본다. 굳어버린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가방이 무겁다. 갈 곳이 없다. 습관처럼 가던 도서관. 하지만 다리가 도서관을 향해 습관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담배를 입에 물고 걷는다. 지도도 없다. 그냥 걷는다. 햇볕이 눈 속을 파고든다. 전화기를 들어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번호를 누르다 그만두었다. 허파 속 연기가 입술 사이로 삐져나온다. 유효기간이 지난 종이. 주먹을 쥐어 구겨버렸다. 눈 속에 파고든 햇볕이 흘러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햇볕을 잡아 빼내고 싶지만 잡히지 않는다. “너무 길었어.” 다리가 계속 걷는다. 어디로든 흘러가고 싶다. 결국 모든 것은 정해져 있다. 정해진 답을 선택하고 방에 돌아올 거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생각을 하고 싶다...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