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글자가 어렵다
-> 아랍어 글자가 확실히 라틴 알파벳만큼 익숙한 글자는 아니죠. 그리고 필기체로 들어가면 처음 보자마자 '허걱'하기 딱 좋아요. 점을 선으로 긋는다는 기본적인 필기체부터
ق. ن처럼 단어 끝에 쓰이면 모양이 변하는 글자, 그리고 모양이 아예 확 변하는 전치사나 정관사를 알면 어떻게든 읽기는 읽어요. 하지만 초보 단계에서는 그냥 활자체로 써도 되요. 아랍어 활자체는 아주 어렵지는 않아요. 점이 위, 아래에 몇 개 찍혔냐가 중요하죠. 이것 때문에 아랍어 인터넷 신문 볼 때 좀 피곤한 경우도 있어요. 글자가 어렵다면 인도인들이 사용하는 힌디어가 더 어렵죠.
Numerals
Devanāgarī alphabet for Hindi
Vowels and vowel diacritics
Consonants
이걸로 끝이 아니에요. 저것에 다시 '결합문자'라고 있어요. 인도어과 학생에게 물어보니 글자 외우는 데에만 한 학기를 잡는다고 하더군요 ㅎㅎ;;; 글자가 어려운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성향, 취향, 경험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데나바가리가 아브자드보다 쉽다는 사람도 분명 있겠죠.
2. 말이 어렵다
1) 아랍어는 동사변화가 복잡하다.
아랍어는 명사에 남성, 여성이 있고, 단수, 쌍수, 복수가 있어요. 동사는 완료, 미완료가 있구요. 여기에서 특히 쌍수는 '아랍어는 정확하고 수학적인 언어다'라는 주장에 반드시 나오는 근거 중 하나죠. '아랍어는 정확하고 수학적인 언어다'라는 주장은 보통 '아랍어에는 쌍수가 있고 동사변화가 복잡하기 때문에'라는 근거를 달고 나오죠. 그런데 쌍수는 아랍어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에요. 아랍어 동사 한 개는 완료에서 14개, 미완료에서 14개로 변해요. (3인칭 남성 단수, 쌍수, 복수, 3인칭 여성 단수, 쌍수, 복수, 2인칭 남성 단수, 복수, 쌍수, 2인칭 여성 단수, 복수, 쌍수, 1인칭 단수, 1인칭 복수. 1인칭에는 쌍수가 없어요) 하지만 실제로 저 38개가 모두 다른 형태는 아니에요. 2인칭 쌍수는 남성이나 여성이나 완료나 미완료나 같아요. 그리고 3인칭 여성 단수 미완료는 2인칭 남성 단수 미완료와 형태가 같고 3인칭 여성 쌍수 미완료는 2인칭 쌍수 미완료와 형태가 같아요. 미완료는 직설법, 접속법, 단축법, 명령형이 있는데 명령형은 단축법을 가지고 만들어요. 직설법은 일반적인 미완료 변화를 말하고, 접속법은 동사 직설법에서 마지막 모음을 a로, 단축법은 모음을 없애요. (아랍어에서는 마지막 모음을 수쿤으로 만든다고 하죠)
여기까지가 아랍어 기본 동사변화에요. 기본적으로 암기해야 할 것은 35~38개에요. 같은 것은 묶어서 외우시는 것이 편하신 분은 35개, 순서대로 주루룩 외우시는 것이 편하신 분은 38개에요.
아랍어 동사변화는 딱 여기까지에요. 아마 아랍어를 공부해신 분들은 여기에서 태클을 거실 거에요. 하지만 정말 딱 여기까지에요. 이 38개만 외우면 아랍어 동사변화는 사실상 끝나요.
아랍어에는 파생형이라고 있어요. 15형까지 있는데 실제로 잘 쓰이는 것은 9개에요. 9형은 '장애가 되다, 00색이 되다'라는 의미에요. 거의 안 쓰죠. 11~15형은 정말 쓰이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원형 동사가 조금 어려운데 이것은 사전 찾아가며 해결하면 되는 문제에요. 중간모음과 동명사가 불규칙이라서 일일이 외워주어야 하죠. 하지만 파생형 2~15형은 중간모음, 동명사 모두 규칙이에요. 1~15형까지 능동분사, 수동분사 모두 규칙이구요. 더욱이 분사는 2~15형까지 만드는 방법도 똑같답니다.
그 다음 아랍어 동사변화는 어근에 약자음(w,y)이 있는지에 따라 1근 약동사, 2근 약동사, 3근 약동사, 1,2근 약동사, 1,3근 약동사, 2,3근 약동사 변화가 있고 2,3근 자음이 같은 중자음 동사, 어근 중 하나가 함자
ء인 1근 함자 동사, 2근 함자 동사, 3근 함자 동사가 있어요. 이런 동사들 모두 파생형을 가지죠.
이렇게 놓고 보시니까 복잡하시죠? 솔직히 무턱대고 다 외우려고 하면 끝도 없어요. 대충 경우의 수를 계산하면
38 (완료, 미완료) x 15 (파생형) x 2 (능동분사, 수동분사) x 12 (어근 자음에 따른 변화) = 13680
저건 외울 게 아니에요. 저거 외우다가 머리 터져요. 사실 저거보다 더 많아요. 왜냐하면 어근이 w냐 y냐에 따라, 그리고 중간모음에 따라 변화가 달라지거든요. 즉 대충 계산한 것만 저 정도인데 실제로는 저것보다 훨씬 더 많다는 이야기에요. 저건 공부하라는 게 아니라 공부 때려치라는 이야기이죠.
그러나 중요한 사실...저걸 일일이 다 외울 것이 아니라 일단 38개를 외우고 (동사 변화 종류가 38개가 아니라 1인칭 단수, 1인칭 복수 이렇게 38개에요.) 나머지는 변화시키는 공식을 외우는 거에요. 이러면 외울게 정말 확 줄어들어요. 앞서 말한 38개를 합쳐서 100개 남짓이에요. 실제는 이것보다 적어요. 아랍어를 극악의 난이도의 언어로 보이게 하기는 매우 쉬워요. "아랍어는 성, 수, 인칭에 따라 세밀하게 변하고 완료, 미완료가 있으며 파생형이 10형까지 있고 (보통 11~15형까지는 안 봐요) 여기에 또 약동사라고 있어." 하지만 실제는 위의 경우의 수처럼 일일이 다 외우지 않아요. 아니, 못 외워요. 조금만 공부해보면 아랍어 동사변화가 사람들이 말하는 것보다 매우 단순하고 쉽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어근이 쌩뚱맞은 다른 자음으로 변하는 일은 없거든요.
그리고 동사변화 때문에 아랍어가 정확한 언어라는 말은...
명사문 (주어-동사 순) -> 동사는 주어에 인칭, 성, 수 일치
동사문 (동사-주어 순) -> 동사는 주어에 인칭, 성만 일치 (수는 단수)
동사문인데 동사와 주어 사이에 무언가 있을 때 (동사-a-주어 순) -> 동사는 주어에 인칭만 일치 (성은 남성, 수는 단수) (이때 무언가는 주로 목적격 접미인칭대명사인데 아랍어에서 동사의 목적어가 대명사인 경우 동사 뒤에 목적격 접미인칭대명사를 사용해 붙여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주어를 문장 맨 뒤로 보내도 꼭 틀렸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랍어 명사는 주격, 소유격, 목적격 변화를 하는데 주격은 정말 '주격'일 때 사용하거든요.)
즉, 무조건 동사를 어떠한 경우라도 성, 수, 인칭에 일치시키는 것은 아니에요.
2)격모음이 어렵다.
'탄윈'이라고도 하고 '툰탄틴'이라고도 하죠. 격모음(어말모음이라고도 해요) 찍는 일은 분명 귀찮은 일이고, 아랍어 공부할 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해요. 더욱이 회화에서 잘 안 쓰기 때문에 몰라도 된다고 하시는 분들도 간혹 보이죠. 그러나 안 쓰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대표적인 예가 '연결형'이에요. 'A of B'를 나타낼 때 쓰는 표현인데 이때 'A'에 해당하는 명사는 격모음을 발음해 줘요. 왜냐하면 'B'에 해당하는 명사는 정관사를 가지는데 A와 연음이 되거든요. 그런데 A가 자음으로 끝나면 A의 마지막 자음-정관사의 L자음 (이때 a는 발음 안 되요)-B의 자음 이렇게 자음 3개가 줄줄이 이어지는데 아랍어에서 자음 3개가 모음 없이 연속으로 나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거든요. 그래서 이때 A는 격모음을 발음해요. 하지만 이것 역시 요령이 있어요. 아랍어에서 주격은 정말 주격, 속격은 정말 속격으로 사용해요. 사용하는 경우가 딱 정해져 있고 많지 않아요. 나머지는? 전부 대격이에요. 주격도 아니고 소유격도 아니면 무조건 대격을 찍어버리면 맞는 것이죠. '주어도 아니고 주어를 꾸며주는 형용사도 아니고 주어와 동격 (A and B 등등)도 아니고 전치사에 걸린 것도 아니고 연결형 2요소도 아니네? 그럼 대격.' 이래도 거의 다 맞는다는 이야기에요.
아래는 아랍어가 어렵다는 주장에서 잘 나오는 것들인데 이것이 아랍어를 난해하게 만드는 이유의 전부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3) 수가 어렵다.
이것은 일단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요.
첫번째, 명사의 수 -> 이것은 단수, 쌍수, 복수로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사물의 복수는 여성 단수로 취급합니다. 이거 은근 사람 애먹여요. 무조건 수를 일치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복수는 여성 단수로 취급해요. 별 생각없이 다 일치시키다가는 틀릴 확률이 아주 높아요. 여기서 일치는 명사와 형용사의 일치, 명사와 동사의 일치에요. 그리고 사물의 복수는 대명사도 3인칭 여성 단수에요.
두번째, 명사와 수의 일치 -> 이건 공식 자체는 쉬워요. 문제는 아랍어에서 복수 명사는 불규칙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이거 때문에 많이 어렵죠. 공식은 다음과 같아요.
1 -> 단수
2 -> 쌍수
3~10 -> 복수 소유격
11~99 -> 단수 대격
00 (100, 1000 등등) -> 단수 소유격
수 자체를 읽을 때 일+십 으로 읽어요. 예를 들면 34567를 우리는 '삼만 사천 오백 육십 칠' 라고 읽지만 아랍어에서는 '사+삼십 천 오백 칠 육십' 이라고 읽어요. 참고로 저기에서 '천'은 또 단수 대격 사용해요. 왜냐하면 34천 이니까요. 원칙적으로 하면 '수'도 격변화해요. 원칙적으로 수를 정확히 읽으려면 정말 매우 머리 아프죠. 수를 말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데 명사 대부분이 또 불규칙이니 체득하지 않는 한 상당히 어려운 일임은 분명해요. 방언에서는 수가 단순해졌고 격변화가 방언에서 거의 없기 때문에 회화에서 수를 말할 때에는 명사만 3~10에서 복수를 사용하는 것만 주의하면 잘 통해요. 단, 100, 1000도 위의 공식에 맞추어서 변화해요.
4) 모음을 안 적어준다.
맞아요. 아랍어 공부할 때 아랍 문자 (아브자드)에 원래는 점조차 없었다는 것을 알고 점이라도 있어서 감사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모음부호 안 찍어주는 것은 상당히 짜증나는 일임에는 틀림 없어요. 그런데 아랍어 타이핑 하다보면 왜 안 찍어주는지 간접적으로 이해가 되요. 일단 격모음도 붙여주어야 하고 글자 하나 치고 모음 부호 하나 찍어주어야 하거든요. 이러면 타이핑 시간이 2~4배 늘어나요.
5) 발음이 어렵다.
맞아요. 많이 듣고 많이 흉내내보는 것만이 답이네요.
물론 아랍어가 어려운 언어라는 점은 동감해요. 하지만 주변에서 아랍어 공부를 조금 하다가 접으신 분들이나 아랍어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을 보면 한결같이 말씀하시기를 '글자가 어렵다, 동사변화가 너무 복잡하다'였어요. 글자가 매우 낯설고 모음부호를 안 찍어 주어서 어려운 것은 이해해요. 하지만 동사변화가 어렵다...이것은 좀...동감하기 어려웠어요.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동사변화에서 좌절하시고 아랍어를 접으시더라구요.
3. 필자가 공부해본 결과 문제점
- 입문 단계 -
1) 부족한 한국어로 된 교재
우리나라에는 한국어로 된 아랍어 교재가 별로 없어요. 그래도 제가 공부를 시작했을 때보다는 정말 많은 교재들이 생겼죠^^ 문제는 제대로 차근차근 공부하기에 적당한 교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아랍어 교재를 보면 정말 구관이 명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개인적으로 추천할만한 교재라면 회화책으로는 고등학교 아랍어 회화 교과서가 있어요. 높은 레벨은 아니지만 기초 레벨에서는 제일 괜찮은 거 같아요. 문법은 이두선, 이규철 편저의 '종합아랍어' 1, 2권이 괜찮구요. 이 책이 Elementary Modern Standard Arabic 을 번역한 책인데 원저는 꽤 잘 알려진 아랍어 교재죠. 문제는 인쇄가 정말...인쇄가 인내심을 요구해요.
2) 잘못되거나 부정확한 자료들
아랍어는 방언이 심해요. 이것은 뭐 너무 잘 알려진 사실이죠. 자세한 것은 아래에서 따로 다룰게요. 아랍어 기초 관련 자료는 네이버나 다음에서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양도 많아요. 문제는 바로...심지어는 여행용 회화라고 나온 책까지 해당하는 문제에요. 표준아랍어는 방송이나 공식 석상 아니면 잘 사용하지 않아요. 일상 회화는 방언 (암미야) 으로 대화해요. 여행 회화 책에 '방언'이라고 표기하지 않고 아랍어 여행 회화 책자로 나와 팔리는 것도 있고, 인터넷에서는 아랍인에게 직접 배웠다고 블로그에 아랍어를 올리는데 방언 자료가 많아요. 그런데 방언인지 표준어인지도 모르고 올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문제에요. 한 가지 요령이라면 2인칭 남성 단수 대명사 '안타'를 '인타'라고 적어놓았다면 100이면 100 방언이에요. 방언을 배우는 것이 나쁘다는 것도 아니고 방언이 무조건 틀리거나 나쁜 말이라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표준아랍어를 공부한다고 하면서 방언을 공부하고 그것이 방언인지도 모른다면 그건 완벽히 틀린 것이죠.
- 초급 단계 -
1) 인내심을 요구하는 초급 레벨
아랍어를 시작하면 누구나 느끼는 문제에요. 이상하게 아랍어는 제일 쉬운 말이 중급 레벨에 들어가 있어요. 현재 동작을 나타내는 말 ('~하고 있어' 등등)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동사 미완료 변화를 배워야 하는데 아랍어는 동사 완료 변화부터 나와요. 처음 호기심도 많고 즐거울 단계에 공부해서 맨날 하는 말이 '어제 뭐했니?', '어제 공부했어'에요. 지금 뭐 하는지, 뭘 할 것인지 말을 못 해요. 그나마 어제 일도 동사만 사용해요.
'어제 뭐 했니?'
'어제 양고기 먹었어. 양고기는 맛있었어.'
여기에서 '양고기는 맛있었어.'라는 말을 못해요. 이것도 중급 단계에 있어요. (명사문의 과거는 영어의 be동사에 해당하는 카나
كان 동사를 사용해 나타내는데 이게 2근 약동사에요) 처음에는 결국 할 수 있는 것이 '뭐 했니?' '뭐 했어' 밖에 없어요. 아니면 '꽃은 예쁘다'와 같은 명사와 형용사, 또는 명사와 분사로 이루어진 말이에요. 더욱이 '걷다', '자다', '달리다' 등등 많은 기초적인 동사들이 '약동사'라는 중급 단계에서 나오는 동사 변화를 이용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단어들이에요. 게다가 고등학교 아랍어 회화책에는 '이 책은 누구의 것이니?', '이것은 누구의 책이니?'와 같은 다른 나라 말 교재에서 초급 단계에 나오는 표현이 없어요. 정말 이래저래 초급 단계에서는 인내심을 요구해요.
2) 매우 어려운 주변 자료
초급 레벨에서는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그 나라의 문화에 접근하는 경우가 많죠. 외국어 공부할 때 참고자료로 노래나 영화, 드라마, 동화책 등등 많은 주변 자료를 이용해 외국어 공부가 질리지 않게 하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문제는...드라마, 영화는 거의 대부분 방언으로 제작해요. 특히 이집트 방언으로 제작한 것이 많아요. 동화책이요...참 많이 어려워요. 겨우 아랍어에서 3어근 찾아내는 실력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벅찬 당신이에요. 1에서 언급했듯이 매우 많은 기본 어휘들을 사전에서 찾을 때 중급 레벨의 문법 실력을 필요로 해요. 그런데 동화책이라...너무나 버겁죠^^;;;;;
3. 재미없는 본문들
1, 2에서 당연히 도출되는 결과죠. 흥미를 가질만한 회화, 주변자료 모두 초급 레벨에서 접근이 어려워요. 개인적으로 참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조금 난이도가 있다고 생각되는 단어들은 또 문법적으로 매우 쉬운 단어에 들어가요. 그래서 교재 지문들이 매우 재미없어지죠. '대통령이 이집트에 왔다', '대통령이 장관을 영접했다' 이런 문장들이 초급 레벨에 나와요. 정작 하고 싶은 말인 '나는 커피 마시면서 학교 왔어' 이런 말은 못하는데요.
- 중급 레벨 부터 -
1. 상태문
-> '나는 커피 마시면서 학교 왔어'라는 문장에서 '커피 마시면서'를 표현할 때 상태문을 써요. 상태문은 여러 의미가 있지만 일단 예시는 간단히 저 문장으로 들께요. 상태문 자체는 안 어려워요. 문제는 이게 다른 것들과 똑같은 모양을 보일 때가 있기 때문에 어려워요. 정말 문맥을 보고 파악해야하는 단계인 것이죠. 문장 하나만 놓고 보면 이렇게도 해석이 가능하고 저렇게도 해석이 가능해져 버리는 경우가 있어요. 그 이유는 1. 아랍어에서 관계대명사는 선행사가 한정상태일 때에만 사용할 수 있다. 2. 명사를 꾸미는 형용사, 분사는 명사와 같은 격을 취한다. 때문이죠.
먼저 1번. 아랍어에서 관계대명사
الذي는 선행사가 한정상태일 때에만 사용할 수 있어요. 즉 선행사가 비한정이면 관계대명사를 쓸 수 없어요. 물론 선행사는 종속절에서 주격이 아닐 때 대명사로 다시 한 번 써줘요. 그러나 선행사가 종속절의 주어일 때에는 안 써줘요. 문장 전체의 주어와 목적어의 성, 수가 같고 목적어는 비한정이고 선행사의 주어일 경우 종속절이 상태문인지(주어에 걸린 것인지) 목적어에 걸린 것인지 햇갈릴 수 있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에요.
2번. 상태문을 만드는 방법 중 한 가지는 분사를 비한정 목적격으로 사용하는 것이에요. 명사를 꾸미는 형용사, 분사는 명사와 같은 격을 취한다고 했는데 명사가 비한정이면 명사를 꾸미는 형용사, 분사도 비한정이에요.
(야드라부 마흐무드 라줄란 다히칸)
يضرب محمود رجلا ضاحكا
야드라부 -> 그가 때린다 / 마흐무드 -> 마흐무드 (사람 이름) / 라줄란 -> 남성 (비한정, 대격) / 다히칸 -> 웃는 (비한정, 대격)
이 한 문장만 놓고 해석은 두 개가 나올 수 있어요.
- 마흐무드가 웃고 있는 남자를 때린다. (다히칸이 라줄란에 걸림)
- 마흐무드가 웃으면서 남자를 때린다. (다히칸이 마흐무드에 걸림)
앞 뒤 문맥을 보고 해석하면 되기는 하지만 앞 뒤 문맥을 보아도 해석이 어려운 경우도 종종 있어요.
2. 경구
아랍어로 된 성명서 - 특히 하마스라든지 이슬람 무장단체 성명서 보면 경구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3. 방언 문제
워낙 유명한 문제죠. 입문 단계 전부터-'아랍어를 공부해볼까?'라는 마음을 먹는 단계에서부터 시작해 끝까지 계속 쫓아다니는 문제입니다. 마음을 먹는 단계에서 아랍어에 대한 글을 찾아보니 표준아랍어는 아랍에서 사용하지 않고 방언을 사용하는데 방언끼리는 잘 통하지 않아 결국 영어나 불어를 쓴다는 글을 보게 되고 아랍어 학습 자료를 찾아보면 표준 아랍어와 방언이 뒤섞여서 구분도 안 되어 있고 공부를 시작해 호기심에 드라마나 영화를 찾아서 틀어보면 방언으로 나오고 TV에서 아랍인들 인터뷰 보면 뭐라뭐라 말하는데 아랍어는 아랍어인데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으니 참 괴롭게 되죠.
아랍어 방언이 서로 많이 다른 것은 일단 아랍어 사용 지역이 매우 넓다는 데에 있죠. 동쪽으로는 이라크이고 아프리카에서는 수단, 차드, 말리, 나이지리아 북서부에서도 사용되요. 수단, 차드는 헌법에 국어로 아랍어를 명시해놓고 있죠. 차드 영화 Daratt를 보면 아랍어로 대화합니다. (참고 링크 : http://en.wikipedia.org/wiki/Arabic_dialect) 말리나 나이지리아 북서부에서는 많이 사용되지는 않구요. 더욱이 표준 아랍어는 '코란의 아랍어'로 묶여 있다보니 표준아랍어와 아랍어 방언의 차이는 좁혀지기 어렵죠. 물론 정부에서 교육을 하고 강제로 사용하게 한다면 차이가 많이 좁혀지겠지만 이것은 일시적 처방일 뿐이니까요.
표준 아랍어로는 대화가 잘 안 되고, 방언을 하자니 왠지 좀 그렇고...저는 표준 아랍어를 공부하시라고 권유해요. 결국 방언은 방언이니까요.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 표준어는 이해해요.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대답이 방언으로 나오는 것이죠. 방송을 보고 책을 보면서 표준어를 익혀 표준어를 알지만 시골이나 지방 내려가서 어르신분들께 표준어로 이야기하면 어르신분들께서 이해를 못하시는 것이 아니에요. 대답이 사투리로 나와서 그렇죠. 대표적인 예가 제주도에요. 할머니들께 표준어로 물어보면 다 이해하고 대답해 주세요. 문제는 그 대답이 방언이라는 것이죠. 표준어만 아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상대가 방언으로 대답해주면 참 난감하죠. 물론 표준아랍어를 모두가 완벽히 이해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분명 교육을 받고 뉴스를 열심히 보고 책도 읽어야 하니까요. 아랍인들이 표준아랍어로 말했을 때 못 알아듣는 이유는 일단 그 말은 일상생활에서 거의 쓰지 않는 말들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쓰는 말이 아니다보니 표준아랍어로 말하기 힘들고 말하는 도중에 무의식적으로 방언을 섞어쓰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방언은 말 그대로 한 지역에서만 통하는 말이에요. 그리고 문법이 어려워질수록 표준아랍어와 많이 비슷해져요. 표준아랍어를 본 후에는 발음 변화 특징이나 몇몇 문법적 특징만 보면 대충 방언을 이해할 수 있지만 방언 보고 표준 아랍어 이해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방언을 듣고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표준 아랍어 문법과 어휘를 아는 상태에서 방언 교재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참고로 아랍어 방언 중 이집트 방언이 가장 잘 통합니다. 왜냐하면 이집트가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해 아랍 세계에 수출하거든요. 이집트도 영화를 매우 많이 찍어내는 나라중 하나여서 이집트 영화 때문에 다른 아랍 국가들의 영화산업이 고사할 지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집트가 나일 문명부터 시작해 현대 아랍세계까지 항상 중요한 지역(국가)이다보니 관광산업도 발달했고, 아랍세계에서 정치,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문제는...이집트 국가 자체는 잘 사는 나라가 아니라서 다른 아랍 국가에 많은 노동자들을 수출했는데, 이것 때문에 다른 아랍 국가에서 이집트 방언을 '저급한 방언'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