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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완료/창간호

[1호]3대 악산 - 프롤로그

인터넷을 뒤져보면 우리나라에서 험한 산으로 설악산, 치악산, 월악산이 나와요. 이 세 산을 묶어서 ‘3악산’이라고도 하구요. 나름 등산을 좋아하지만 등산을 자주 가는 편은 아니에요. 오히려 취미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등산은 거의 안 가요. 1년에 한 두 번 가는 것이 등산이에요. 그나마도 지금까지 정상을 다녀온 산이 한라산, 속리산, 관악산, 남해 금산 정도에요. 그나마 속리산도 정상만 다녀오고 정상보다 더 유명한 문장대는 가보지도 못했어요.


“야, 여행가자.”

친구 K군의 전화. 하지만 저는 갈 수가 없었어요. 6월말은 중학교 기말고사 기간. 그래서 6월은 정신이 없었어요. 애들 보강도 해 주어야 하고 자습 지도도 해 주어야 했어요. 가뜩이나 애들이 중간고사 때보다 공부를 안 하고 학생들의 중간고사보다 성적이 대체적으로 폭락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선뜻 여행을 간다고 할 수 없었어요. 여행을 간다고 했다가도 취소하고 애들 지도를 해야 할 상황.

“7월에 가자. 나 요즘 학원 때문에 바빠서 못 가.”

일단 7월에 가자고 약속을 미룬 후 정신없이 학원에서 애들 보강과 자습 지도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어요.

“나 대관령 걸어서 넘어왔어.”

“대관령?”

“응.”

7월에 가자니까 혼자 여행을 다녀온 K군. 막연히 7월에 여행이나 한 번 같이 다녀와야지 생각했던 저는 당황했어요.

“너 안 간다고 해서 나 혼자 다녀왔지.”

“아…그래?”

K군이 여행을 혼자 다녀왔기 때문에 올해 여름 여행은 혼자 어디를 잠시 다녀오든가 안 가든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애들 중간고사가 끝났어요. 모처럼 만끽한 여유. 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은 푹푹 찌는 더위 때문에 잊혀진지 오래. 그냥 집에서 마음 편히 뒹굴거리고 싶은 생각 뿐이었어요. 이런 날 밖에 돌아다니는 것은 좋아하지만 좋은 것은 잠시. 돌아오면 기다리는 ‘빨래’라는 현실.

“야, 언제 우리집 올거냐? 여행 가기로 했잖아.”

“여행?”

그동안 잊고 있었어요. 하지만 K군은 계속 기억을 하고 있었어요.

“알았어. 내일 너네 집으로 넘어갈게.”

K군의 집은 숭실대입구역. 문제는 여행을 가려면 당장 신발을 사야한다는 것이었어요. 구두와 단화만 있고 운동화는 하나도 없었어요. 그래서 여행을 가려면 신발을 사야하는데 굳이 신발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어차피 지금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1년은 신을 수 있으니까 구두가 다 되면 그때에 가서 신발 한 켤레를 구입할 계획이었어요. 하지만 여행을 가려면 일단 신발을 사야 했어요. 그게 한없이 귀찮았어요. 신발을 사기 위해 돈을 쓰는 것 자체가 마음에 내키지도 않았을 뿐더러 신발을 사러 외출하는 것은 매우 귀찮은 일. 하지만 이미 약속을 한 일이었기 때문에 가기로 했어요.

다음날. 일어나보니 왠지 비가 올 것 같았어요. 일찍 일어났지만 누워서 잠을 자다 일어나서 인터넷을 놀다가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요.

“언제 올 거?”

“너 일어났네? 오늘 여행 갈 거야? 날씨가 영 아닌데.”

“가야지.”

“알았어. 그러면 어디로 갈까?”

“글쎄?”

일단 가기로 했지만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은 상황. 어디로 갈 것인가? 

<계속>